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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1/13] 크루즈 여행의 꽃, 포멀나잇을 경험하다

작성자
크루즈포유
작성일
2017-01-26 14:27
조회
1539


[옆집부부의 수상한 여행-12] "오늘 저녁이네. 포멀나이트(Formal Night) 옷은 준비됐어?"

"그럼요, 이제 입기만 하면 돼요."

와이프가 보라색 드레스를 펼쳐 들며 벌써부터 들떴다. 오늘 저녁 식사 때 크루즈 정찬파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서울에서부터 양복과 구두를 들고 오느라 고생을 좀 했고 와이프는 핀란드 헬싱키의 한 몰에서 드레스를 8만원 정도에 저렴하게 샀다. 서구권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때 일종의 댄스파티인 '프롬(Prom)'도 있고 해서 드레스 코드를 맞춘 파티문화가 익숙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그런 것은 일부 젊은 층의 파티문화로만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어쨌든 프린세스크루즈의 선상 디너 파티인 포멀나이트는 말 그대로 '정장(Formal)' 의상을 입고 저녁식사를 하고 춤을 추고, 파티를 즐기는 형태다. 우리 일정에는 총 2번의 포멀나이트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문화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평범한 부부인지라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가 망신당할 순 없으니 구글에서 검색을 해봤다. 그랬더니 한 사이트에서 각 선사별 드레스코드 스타일을 분류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아래는 그중 프린세스크루즈에 대한 설명이다.

"The Code: Princess has formal and smart casual nights. Formal attire is tuxedos, dinner jackets or dark suits for men and evening gowns, cocktail dresses or elegant pantsuits for women. Smart casual attire includes pants and open-neck shirts for men and skirts or dresses, slacks and sweaters for w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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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적으로 해석하면 포멀나이트 때 남자는 턱시도 같은 짙은 색깔의 일반 정장이면 무난하고, 여자는 이브닝 가운, 칵테일 드레스, 우아한 팬트슈트를 입으면 된다는 의미다. 이 두 번의 포멀나이트를 제외하고는 '스마트 캐주얼'이라고, 비즈니스 캐주얼 느낌의 단정한 복장이면 정찬 파티에 입장이 가능하다. 파티는 '피아자(Piazza)'라고 불리는 메인 홀에서 열렸다. 금색 풍선이 참 화려해서 저녁에 있을 파티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근데 왜 보라색 드레스를 산 거야? 무난한 검은색으로 사지. 어차피 이럴 때 아니면 잘 못 입을 텐데 아깝지 않아?"

"이미 검은색도 가지고 왔는데요?(웃음) 이번에는 화려한 색깔 옷을 입고 싶었어요. 진짜 어차피 자주 입을 거 아니니…. 하지만 싸게 구입해서 너무 기분 좋아요. 근데 오빠, 혹시 건빵바지에 슬리퍼 질질 끌고 나타나면 문 앞에서 저지할까요?"

"좋은 생각이다. 한번 해볼래?"

"아니요 굳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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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차려입고 선실을 벗어나 광장으로 향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면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평소 때 트레이닝복만 주로 입던 나도 이날만큼은 멋진 정장으로 변신 완료!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프린세스크루즈의 전문 사진사들이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주고 있기에 "이런 건 해줘야 제맛이지" 하면서 우리도 줄을 섰다. 우선 사진을 찍은 다음 나중에 마음에 들면 돈을 내고 인화하는 방식이다. 포즈를 취하는 건 역시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오빠, 제가 사진을 찍으면서 느끼는 건데 우리나라랑 서양이랑 이런 사진 찍을 때 포즈가 진짜 달라서 서구권 사람들 사진 보면 재밌는 거 같아요. 정말 '포오즈'를 취하는 느낌이랄까? 남녀가 사진을 찍을 땐 남자가 뒤에 서서 여자 허리를 감싸고 배에 손을 꼭 올리고 찍게 한다든가 아니면 허리에 손 올리고 비스듬히 서서 활짝 웃는다든가…. 뭔가 그들만의 룰이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우리는 뭔가 어정쩡하지."

"그러니깐요. 이거 쉽지 않네요. 이 어색한 미소 어떻게 하지…."

"뭐 마음에 안 들면 안 사면 되지, 하하."

정찬파티의 저녁은 웨스턴 스타일의 코스요리다. 테이블 옆 숫자는 미리 각 룸의 인원 수 대로 예약된 테이블을 뜻한다. 각 선실마다 미리 부여된 테이블 번호가 있어 자신의 시간이 되면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그곳으로 가서 앉으면 된다. 음식은 정갈한 파스타와 피자가 나왔다.

식후 메인 광장인 피아자에 나가니 이미 춤판이 벌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 '춤'의 의미가 약간 다르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맡기면서 우아하게 왈츠를 추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일본인으로 보이는 한 노년의 부부가 정말 쉬지 않고 춤을 추는데 다정하고 그렇게 멋져보일 수가 없었다. 크루즈 파티를 위해 왈츠 같은 춤을 단체로 미리 배워오기도 한다고 한다.

광장 한구석에는 언제 전부 다 인화를 했는지 포토 테이블이 마련돼 있었다. 아까 찍은 사진들을 이렇게 바로 뽑아 진열해 놓았다. 아예 이렇게 다니면서 찍힌 사진을 한꺼번에 다 살 수 있는 패키지 상품도 있다고 한다. 크루즈에서 타고 내릴 때도 사진기사가 계속 상주하고 있어서 매 순간순간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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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어진 시간은 샴페인 타워였다. 캡틴과 크루즈를 이끄는 중역들이 광장에 모두 나와 승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축하의 축배를 올리는 시간이다. 배가 어찌나 큰지 계속 항해 중인 배 안인데 저 샴페인 글라스가 무너지지 않는다. 파티 중간에 샴페인을 뿌리며 포토타임을 가지는데, 줄이 꽤 길었지만 우리도 했다. 중후하게 생긴 캡틴은 지칠 법도 한데 계속 싱글벙글이다. 5000명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리더의 자세가 이런 것인가.

"오빠 캡틴 진짜 이마에 '캡틴'이라고 써 붙인 거 같네요. 얼굴도 너무 잘생겼고 저 능숙함하며…."

이 배 한 척에서 수 천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코드 아래서 같이 여흥을 즐기는 사실 그 자체로 기분이 고조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경험이 될 것이다. 보통 '크루즈 여행의 꽃'이라는 포멀나이트, 여행을 준비하면서 입을 멋진 드레스와 턱시도를 골라보는 재미부터 춤과 노래와 맛있는 음식까지, 화려하고 반짝이는 파티 속에서 참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MayToAugust 부부 공동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