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반에 선장의 비상 알림방송이 나왔다.

코로나 양성 의심환자가 나왔다. 83살의 남성 승객이였다.

3박 4일의 목적지 없는(cruise to nowhere) 크루즈여행 사흘째인 지난 9일. 1조 2천억 원의 초대형 초호화 크루즈선 ‘퀀텀 오브 더 씨’ 호가 멈춰섰다.

1조 2천억 원을 들여 건조한 이 크루즈에는 ‘범퍼카’나 ‘스카이다이빙 시뮬레이터’, 바다 위 300피트에서 ‘360’로 볼수 있는 ‘전망 캡슐(observation capsule)’등이 있다.

1조 2천억 원을 들여 건조한 이 크루즈에는 ‘범퍼카’나 ‘스카이다이빙 시뮬레이터’, 바다 위 300피트에서 ‘360’로 볼수 있는 ‘전망 캡슐(observation capsule)’등이 있다.

해당 크루즈는 물론 싱가포르 정부까지 비상이 걸렸다. 일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악몽이 떠올랐다.

긴급 방역반이 배에 탑승했고, ‘이 배를 어느 항구가 받아줄 것인가?’라는 외신 기사까지 이어졌다. 몇시간 뒤 ‘퀀텀 오브더 씨’ 호는 싱가포르항으로 귀환했다.

이어 오후 2시쯤 남성 승객이 하선한 뒤 앰뷸런스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해당 승객의 동선에 함께 한 승객들은 긴급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남은 모든 승객들은 선원들의 지시에 따라 방에 머물렀다.

3살 딸과 함께 크루즈에 탑승한 제니스 레옹은 대만 중앙통신(CNA)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계속해서 맛있는 음식이 방으로 제공됐으며, 위치 추적용 시계를 제공하면서 손에 착용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크루즈측이 제공한 위치추적용 손목 시계

크루즈측이 제공한 위치추적용 손목 시계

코로나 검사를 마친 승객들은 이날(9일) 밤 10시가 넘어서야 모두 하선했다. 이 호화크루즈에는 1,679명의 승객과 1,148의 승무원이 타고 있었다(상당수의 승무원들은 이 여행을 위해 싱가포르 입국후 14일의 자가격리를 감수했다).

여행은 끝났고, 로열 캐러비안측은 남은 여행일정 하루치는 환불하거나 바우처를 지급하기로 했다. 여행은 마무리됐지만, 코로나방역 시스템이 ‘의도한 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 병원으로 옮겨진 승객이 이후 세번의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선가 몇차례 나온) 이른바 ‘가짜 양성’ 이였다.

오늘(11일) 오전 싱가포르 정부는 해당 승객이 ‘음성’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로열 캐러비안측은 다음 크루즈 상품을 예정대로 운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일본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선 700여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후 최악으로 치닫던 크루즈업계는 중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목적지 없는 상품’으로 다시 운항을 시도하고 있다.

승객을 절반으로 줄이고 카지노, 식당, 수영장, 영화관 등 편의시설도 같은 시간대 입장객 수를 제한한다. 탑승전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고, 객실 밖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한다.

김원장 기자 kim9@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