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열캐리비언’ 26척 배에 134개 쇼 올려 최고시설 갖춘 극장에 출연진 수준도 높아

▶ 마이애미서 수주 훈련 후 전 세계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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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캐리비언’ 무용수들이 노스마이애미 스튜디오에서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로열캐리비언은 26척 크루즈에 134개의 쇼를 올리고 있다. [AP]

 

 

 

 

 

 

 

 

 

 

 

 

 

 

 

 

<마이애미-AP> 노스 마이애미의 평범해 보이는 건물 안에서 튀는 노란색 스커트를 입은 수십명의 댄서들이 발을 치켜 올리며 캉캉 춤을 추고 있다. 공중곡예사는 비단 줄에 높이 매달린 채 아슬아슬하게 회전을 하고 있다. 정신없는 재봉사들은 2만 평방피트의 의상 제작공간에서 쉴 새 없이 박음질을 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라이브 무대를 올리고 있는 공연기업의 일부이다.

로열 캐리비언 인터내셔널의 크루즈 라인은 전 세계에서 26척 배 위의 50개 극장에서 134개의 쇼를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는 브로드웨이에서 시작된 쇼 7개와 8개의 수중 쇼, 그리고 10여개의 오리지널 뮤지컬이 포함돼 있다. 이 회사의 공연 담당 수석부사장인 닉 위어는 “우리는 하룻밤에 약 10만의 관객을 모은다. 대단히 큰 스케일의 공연이다. 단일 기업으로는 아마도 세계에서 제일 클 것”이라고 말했다. 댄서들과 가수들, 그리고 곡예사들은 2주에서 4주간 새로운 쇼를 연습한 후 멀리는 호주와 중국의 항구로까지 날아간다.

최근 어느 날 오후 댄서들은 크롭 탑 차림으로 노스 마이애미 건물 홀에 모여들었다. 한 댄서는 가랑이 찢기로 스트레치를 했다. 이곳에는 14개의 댄스 스튜디오와 15개의 리허설 룸, 레코딩 스튜디오 하나, 체육관, 강당 등이 들어서 있다, 일부 홀에는 운동기구들이 줄지어 놓여있다. 부근에는 470명의 공연자들이 묵을 수 있는 숙박시설이 있다.

과거 한때 이류 공연으로 치부되던 크루즈 엔터테인먼트는 새로운 장르로 진화해 왔다. 일부 공연자들은 최고의 실력꾼들이며 테크놀러지 또한 최고수준이라고 로열 캐리비언은 강조한다. ‘마마미아’의 몇몇 주요 출연자들은 브로드웨이 공연 출신이다. 뉴욕 극장들이 작은 공연장과 변덕스런 관객 등으로 수지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크루즈 선상 위 관객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로열 캐리비언은 현재 5척의 크루즈를 더 건조하고 있다. 이 배들에는 최신형 스테이지와 하이텍 음향시설을 갖춘 맞춤형 극장들이 들어선다. 몇 년 전에는 ‘FLIGHT: Dare to Dream’ 공연을 위해 날개넓이 22피트짜리 비행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 비행기는 공연장에서 관객들 머리 위를 날아다닌다. 브로드웨이에서 ‘빌리 엘리엇’ 안무를 맡았으며 현재 크루즈에서 ‘헤어스프레이’ 안무를 담당하고 있는 그렉 그래험은 “크루즈 위의 스테이지들과 테크놀러지는 브로드웨이보다 훨씬 낫다”고 말한다.

최근 뉴욕과 런던에서 열린 ‘헤어스프레이’ 오디션에는 무려 3,000명이 몰렸다. 위어는 캐스팅 작업은 정말 방대하다고 말한다. 지난해의 경우 오디션에 응모한 사람은 75개 도시에서 총 2만5,000명이 달했다. 금년 21세인 호주 출신 댄서 타린 보어맨은 “내가 응모한 오디션에는 수백명의 여성들이 몰려 경쟁이 치열했다.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보어맨은 처음으로 크루즈 공연 중이다. 수주 후에는 아시아로 향할 예정이다.

거수 겸 댄서인 올리 레이놀즈(26)는 런던 웨스트엔드의 ‘마마미아’ 공연에서 주연 역을 맡아 공연을 끝냈다. 그리고는 로열 캐리비언으로 돌아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레이놀즈는 “여전히 크루즈 공연에는 낙인이 찍혀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많은 크루즈 라인들은 공연에 중점을 두지 못하고 행선지로 가는 데만 집중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라스베가스와 런던, 그리고 브로드웨이로부터 많은 공연자들이 크루즈 공연에 합류하고 있으며 이것은 내 커리어 있어서도 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사가로 뉴욕대 겸임교수인 존 켄릭은 베가스와 애틀랜틱시티 같은 곳에서 공연을 본 크루즈 관객들이 더 수순 높은 공연을 요구하면서 크루즈 공연의 진화는 필연적이었다고 말했다.

전 세계 모든 크루즈 위의 모든 공연은 약 13만3,300평방피트에 달하는 이 건물 안에서 리허설이 이뤄진다. 홀들은 음악소리로 넘쳐난다. 한 방에서는 블랙 탑 모자를 쓴 댄서들이 ‘올 댓 재즈’ 안무를 연습하고 있다. 건너 편 홀에서는 6명의 가수가 ‘원스 어폰 어 타임’의 곡을 연습중이다. 바로 옆 레코딩 스튜디오 벽은 어드벤처 무비 주제곡처럼 들리는 소리로 울린다. 엄청나게 넓은 의상 제작 공간은 반짝 거리는 의상을 만드는 재봉사들의 재봉틀 밟는 소리와 다림질 소리로 뒤섞여 있다. 수석 재봉사는 무도회 의상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크루즈 라인은 의상을 자체 제작한다.

모든 크루즈 위의 공연자들은 한 개의 쇼만 하는 게 아니다. 보통 3개의 쇼를 동시에 한다. ‘헤어스프레이’나 ‘그리즈’ 같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하나와 볼룸 스타일 쇼, 그리고 팝 쇼이다. 쇼들은 신나고 가족적인 내용이어야 한다. 폭넓은 관객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만큼 선정적이거나 너무 지적인 내용은 안 된다.

리허설 스케줄을 짜는 것은 안무보다 더 정교하다. 새로운 캐스트는 이곳에 도착해 연습을 하고 바다로 떠난다. 이 모든 과정이 수주 안에 이뤄진다. 정신 차리기 힘든 속도이다. 뮤지컬 ‘캣츠’의 경우 새로운 출연진들이 훈련하는 데 정확히 26일이 소요된다. 통상적인 극장 공연의 경우 출연진들은 주기적으로 교체된다. 그러나 로열 캐리비언은 공연자들과 보통 9개월 계약을 체결한다. 처음부터 시작해 3개의 쇼를 습득하는 데 3주를 보낸다. 그리고는 바다로 향한다. 모든 것이 끝났을 때 크루즈 라인은 새로운 캐스트를 뽑아 다시 시작한다.

바다 위 공연은 도전과 어려움이 뒤따르다. 거친 파도와 기우는 배에 적응해야 한다. 의상이 찢어지면 의상 수선업소로 들고 뛰어갈 사람이 없다. 하지만 좋은 점도 많다. 지상의 전설적인 공연장들조차 꿈꾸기 힘든 것들이다. 경관이 뛰어난 항구들, 그리고 무료 침식, 그리고 관객들과의 교감이다. 선상 커뮤니티가 선사하는 감정은 다른 공연장에서는 맛보기 힘든 것이다.

<AP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