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네치아 운하에서 일어난 대형 크루즈선의 추돌 사고를 계기로 대형 선박의 베네치아 운하 운항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베네치아 주민 수천 명이 거리로 나섰다.

시민과 환경 운동가 등으로 구성된 시민 약 3천명은 8일(현지시간) 베네치아 도심을 행진하면서 대형 선박의 베네치아 석호 진입 금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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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대형 선박 금지’, ‘대형 선박의 석호 진입을 불허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푯말을 들고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 인근에서 시위를 벌였다.

지난 2일 베네치아의 주데카 운하에서는 6만5천500t급의 대형 크루즈선인 ‘MSC 오페라’가 엔진 이상으로 중심을 잃은 뒤 부두로 돌진해 정박 중이던 소형 유람선과 선착장을 들이받았다.

 이로 인해 관광객 4명이 다친 바 있다. 시위를 주도한 ‘대형 선박 금지 운동’의 활동가인 토마소 카치아리는 일간 라레푸블리카에 “지난 일요일에 일어난 사고로 크루즈선 등 대형 선박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며 “이들 선박은 고장 시 통제불능 상태로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치아리는 “크루즈 선사들의 배만 불리는 이들 선박이 우리의 터전과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하게 놔둘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운동가들은 대형 크루즈선들이 유발하는 파도가 베네치아의 취약한 지반을 마모시키고 대기오염을 유발할 뿐 아니라 베네치아 석호의 진흙 바닥을 훼손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들 선박의 베네치아 운하로의 진입 금지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크루즈선 진입 금지가 현실화할 경우 베네치아가 크루즈선 정박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을 잃게 될 뿐 아니라 날로 증가하는 크루즈선 관광객들의 베네치아 접근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크루즈선 등 대형 선박을 베네치아 심장부를 관통하는 주데카 운하가 아닌, 베네치아 외곽의 덜 붐비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 운하로 우회하는 조치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 정부는 9만6천t급 이상의 대형 선박의 주데카 운하를 금지하는 법안을 2013년 제정했으나, 이 법안은 이후 철회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