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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클래스6/25] '45세 한국 아줌마' 전정아씨의 미국 크루즈 승무원 도전기

작성자
크루즈포유
작성일
2016-07-03 11:14
조회
2683

"내가 했다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뜻"


미국 마이애미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크루즈업체 ‘셀리브리티 크루즈(Celebrity Cruises)’에는 유일한 한국인 승무원이 있다. 지난해 45세의 나이로 당당히 승무원 시험에 합격한 전정아씨가 그 주인공.

1970년생인 그는 20대 젊은이들과 함께 현재 크루즈에서 일한다. 입사 당시 특별히 나이 제한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35세 이상이 이 회사 승무원으로 뽑힌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합격은 매우 이례적이다. 2005년에 캐나다로 이민, 항공사에서 일하는 남편, 대학생 딸과 함께 토론토 인근 런던에서 살고 있는 그는 인터뷰 요청에 ‘한국 젊은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일’이라며 흔쾌히 응했다.



“아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혼자 모든 걸 준비하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크루즈 회사들 홈페이지를 찾아다니며 자료를 모으고, 그중 셀리브리티 크루즈에 이력서를 올린 게 작년 4월이에요. 저한테 관심이 있다고 연락이 왔을 때만 해도 금방 진행될 줄 알았는데, 합격 소식을 듣기까지 4개월이 넘게 걸렸죠. 마음고생 많이 했어요.”

그는 “크루즈 승무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자세히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맨땅에 헤딩하느라’ 시행착오를 톡톡히 겪은 탓이다. 그가 인터뷰 시간의 대부분을 자신의 개인사보다 면접 과정, 크루즈 업무의 장단점 등에 대한 내용으로 채운 것은 그 때문이다.

셀리브리티 크루즈 외부(위)와 내부.

“처음에 이력서 잘 봤다고, 언제 인터뷰가 가능한지 묻는 연락을 받았을 때만 해도 날아갈 것 같았어요. 넉넉히 일주일 뒤로 잡아 몇 개의 날짜와 시간을 적어 보냈죠. 초조한 마음으로 그날이 되기만을 기다렸는데, 연락이 없는 거예요. 나중에는 ‘나이 때문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래 북미 지역에서는 이력서에 사진도 안 붙이고 나이도 안 써요. 개인 신상에 대한 항목은 거의 없는데, 여기는 특이하게 사진, 나이는 물론이고 문신이 있는지, 있으면 어느 부위에 있는지 등 개인적인 내용을 아주 자세히 쓰게 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아무래도 내 나이를 다시 보고 놀랐나보다 생각했죠.”

하지만 그대로 포기하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흘려보낸 그 시간이 아까웠다. 결국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 ‘연락이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따졌다. 또다시 묵묵부답. 그로부터 일주일 뒤 셀리브리티 크루즈 승무원 채용을 담당하는 캐나다 내 에이전시에서 이메일이 왔다. 크루즈 승무원의 경우 각 회사가 채용 담당 에이전시를 별도로 두고 있고, 그곳에서 사람을 뽑아 보내주는 방식이라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본사 담당자가 그의 이력서를 뒤늦게 에이전시로 넘겨준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에이전시와의 화상 인터뷰가 진행되었고, 이 과정을 통과하자 실제 면접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종 면접까지 올라온 지원자는 모두 50명. 유일한 동양인에, 유일한 40대였지만 그는 기죽지 않고 당당히 면접을 치렀다. 오전 8시 30분에 시작해 저녁 무렵에야 끝난 면접은 개별, 조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는 “면접관들이 지원자들의 사소한 행동까지도 다 체크하는 것 같았다”며 “휴식 시간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간중간 10분의 휴식이 주어지는데, 시간 전에 반드시 제자리에 와 있어야 한다”며 “배를 타고 내리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시간 엄수가 생명이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도 면접의 일종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회사에서는 크루즈 승무원의 기본 자질로 외향적인 성격과 영어 외에 한 가지 이상의 외국어 구사 능력을 꼽더라고요. 면접 때 저한테 영어 말고 어떤 언어를 할 수 있느냐고 묻길래 한국어라고 했더니 굉장히 호감을 보였어요. ‘한국인 고객이 앞으로 많아질 것 같은데 우리 회사에는 한국인 승무원이 없다’는 말을 듣는 순간, 뽑힐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웃음).”

면접 이틀 뒤 합격 메일이 날아왔고, 곧이어 암스테르담행 비행기표를 받았다. 9월 3일 암스테르담에서 시작된 여정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카리브해, 이스라엘, 그리스를 거쳐 플로리다에 내리기까지 꼬박 6개월이 걸렸다.

크루즈 승무원의 경우 보통 6개월 단위로 계약이 진행된다. 이후 2~3개월의 휴식기가 주어지고, 그 사이 다음 계약 여부를 결정해 회사에 통보하면 또다시 6개월간의 근무 일정이 잡힌다.

그가 배치된 곳은 면세점. 일이 시작되는 건 오전 8시 30분이지만, 정리까지 마치면 퇴근 시간은 대부분 자정을 넘긴다. 부서를 막론하고 크루즈 승무원의 업무 강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파티가 많은 크루즈 생활을 즐겨보겠다는 꿈은 잊은 지 오래. 매일매일 고된 일과를 마치고 나면 그대로 곯아떨어지기 일쑤다.

“쉬는 날도 없어요. 그래도 배가 항구에 닿으면 현지를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요. 그때가 제일 신나죠. 크루즈 승무원에게 항구는 마약과 같다는 말을 해요. 어렵고 힘든 시간을 이겨내게 해주는. 제 돈 들이지 않고, 심지어 돈 벌면서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다만 체력적으로 힘에 부쳐서, 20대 때 이 일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그가 젊은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이 일을 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들과 승무원들이 만들어내는, 이 열정적인 다문화 환경에서 일과 여행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을 풍요롭게 해줄 귀한 경험이라고 그는 믿는다. 자신의 관심 분야에 맞춰 다양하게 직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흔히 크루즈를 ‘바다 위의 5성급 호텔’, 혹은 ‘움직이는 리조트’라고 부르잖아요. 제가 일하는 크루즈만 해도 3000명의 승객에 1500명의 승무원이 한 배에 타고 있어요. 일반 리조트에 있는 모든 시설이 다 있다고 생각하면 맞아요. 병원까지 있어서 의사·간호사도 지원을 해요. 또 크루즈 안에서 매일 쇼나 파티 등이 열리기 때문에 노는 걸 좋아하고, 놀거리에 대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다면 엔터테인먼트 부서에서 일하면 금상첨화겠죠.”

어릴 적 꿈인 세계 여행을 위한 도전

캐나다에 온 이후 10년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플로리스트, 스노보드 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친 그는 지난해 초까지 런던의 한 백화점에서 샤넬화장품 매니저로 일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크루즈 승무원에 지원하게 된 동기를 묻자 그는 “5년간 일한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문득 어릴 적 꿈이 생각났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쓰라’는 선생님의 말에 ‘세계 여행’을 적었다는 그는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크루즈를 떠올렸다고 한다.

“잊고 있었던 그 꿈이 저를 새로운 도전으로 이끈 셈이죠. ‘크루즈 승무원 되는 거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이렇게 말해요. 제가 했으니 누구든 할 수 있다고요. 영어 실력 걱정을 가장 많이 하는데, 70개 국적의 승무원들이 모두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에요. 요즘 한국에서도 취업하려면 영어는 필수잖아요. 그 정도면 충분히 가능해요. 현재 크루즈 업계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시기적으로도 좋은 때인 것 같아요. 많은 젊은이들이 이 분야에 지원해 앞으로 한국인 동료가 많이 생기길 기대합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