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누나"를 통해 강한 이미지를 준 방송 속 그곳!! 발칸 - 당신에게 들려주고픈 발칸 이야기[Travie]

작성자
크루즈포유
작성일
2016-07-15 14:35
조회
2067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두브로브니크의 구시가 전경. 그곳에 가면 한쪽은 아드리아해, 한쪽은 붉은 지붕이 펼쳐진 구시가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 위를 꼭 걸어야 한다



Balkans
당신에게 들려주고픈 발칸 이야기

발칸의 첫인상은 만만치 않다. 포털사이트에서 발칸반도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유럽의 화약고’가 올라온다. 게르만과 슬라브족, 세르비아족 등 얽히고 설킨 민족간 갈등에 가톨릭, 그리스정교, 이슬람교 등의 종교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발칸은 전쟁으로 얼룩진 시련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유럽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도 아직 떼지 못했다. 그런 발칸이 최근 부쩍 다가왔다. 전세기가 운항되고 관련 여행상품 출시도 늘어났다. 여행도 어느 정도 유행이나 트렌드가 있기 마련인데 지금 추세라면 머지않아 가장 뜨거운 여행지로 발칸이 꼽힐 듯하다. 굳이 유행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아름답고 매력적인 발칸의 3개국을 소개한다.

글·사진 김기남 기자 취재협조 터키항공 www.turkishairlines.com, 애바카스 www.abacus.co.kr


Croatia 크로아티아


Dubrovnik 두브로브니크
언젠가 다시 가보고픈 그곳


기대가 크면 자칫 실망도 크다. 사람살이는 물론 여행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는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대표적인 경우다. 피라미드 자체에 매력이 없었다기보다는 너무나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두브로브니크는 확실히 기대 이상이고 명불허전이다. 피리미드보다 기대가 작았기 때문일지 모르지만 ‘진정한 낙원’이라고 말한 버나드 쇼의 극찬에 동감하게 되고 ‘아드리아해의 진주’라는 애칭도 전혀 아깝지가 않다. 모든 여행일정에는 하이라이트가 있기 마련인데 적어도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몬테네그로만을 두고 논한다면 두브로부니크는 나가수의 ‘임재범’이다.

슬라브어로 ‘도토리’라는 뜻의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의 남쪽 끝자락 달마티아 해안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두브로브니크를 여행하면 보통 3번의 잊지 못할 순간을 만날 수 있다. 우선,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여정 자체가 환상이다. 흔히, 아드리아해를 접하고 있는 해안 지역 중 크로아티아 남서부 지방을 달마티아Dalmatia라고 하는데 두브로브니크를 중심으로 하는 달마티아의 해안 드라이브는 그중에서도 단연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깊고 푸른 아드리아해에 떠 있는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의 붉은 지붕은 잘 만든 영화의 멋진 도입부처럼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몬테네그로의 코토르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는 차로 2시간 가량 걸리는데 코토르에서 올라갈 때는 차량의 왼편, 스플리트 등에서 내려올 때는 오른편 좌석을 추천한다.

두브로브니크의 올드타운에 입성해서도 즐거움은 계속된다. 7세기부터 건립되기 시작해 14세기에 지금의 윤곽을 갖췄다는 두브로브니크의 성곽은 여전히 견고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주 출입구인 파일 게이트Pile Gate는 마치 과거로의 여행을 안내하는 타임머신처럼 여행객을 맞이한다. 파일 게이트를 통과해 성 안으로 들어가면 올드타운의 중심 거리인 플라차Placa 대로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해로였다가 12세기경 매립을 통해 지금의 육로가 된 플라차 대로에는 고색 창연한 건물들이 200m 이상 늘어서 있어 과거의 영화로움을 짐작케 한다. 해상 무역의 중심지였던 두브로브니크는 전성기 시절 700만개의 골드바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부유한 도시였다. 당시 골드바 1개는 소 한 마리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고 한다.

플라차 대로의 시작은 마주보고 있는 프란치스카Francisca 성당과 오노프리오Onofrio 분수다. 프란치스카 성당 옆의 수도원에는 1317년 만들어진 유럽에서 3번째로 오래된 약국이 있는데 당시 수도사들이 처방했던 약을 담았던 이탈리아제 도자기와 고서 등이 전시돼 있다. 프란치스카 성당의 벽에는 1991년 전쟁 때 세르비아 군이 발사한 총알 자국이 여전히 남아 있다. 오노프리오 분수는 공동 수도의 성격이 컸는데 지금도 쉼터이자 만남의 장소 같은 역할을 한다.

이제는 노천 카페와 식당, 기념품점 등의 차지가 된 플라차 대로의 끝까지 가면 루자광장Luza Square을 중심으로 35m 높이의 시계탑과 렉터 궁전 등 두브로브니크의 주요 볼거리가 몰려 있다. 중세 두브로브니크의 귀족들은 렉터라는 이름의 국가원수직을 번갈아 맡았는데 이 궁전은 렉터의 집무실과 거처였다. 렉터는 50세가 되면 귀족회의에서 선출을 하는 2년 임기의 통치자로 귀족들도 서로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조치의 의미가 컸으며 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선출하기도 했다. 광장의 시계탑은 15세기에 지어졌으나 20세기 들어 붕괴 위험이 있어 다시 만든 것으로 시계 밑 해와 달의 모양이 자동으로 바뀐다.

1 구시가의 중심을 가르는 플라차 대로. 200m 가량의 거리 양 옆으로 노천카페와 레스토랑, 기념품점들이 늘어서 있다. 닳고 닳은 대리석 바닥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5월 이후 성수기에 접어들면 노천카페는 관광객으로 가득 찬다 2 성벽투어를 하며 구시가의 명물인 붉은 지붕과 아드리아해가 만들어내는 장관을 만나고 나면 두브로브니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3 성프란체스카 성당의 내부. 성당과 수도원이 붙어있으며 수도원 내부도 아름다운 벽화 등으로 장식돼 있다 4 플라차 대로 양 옆으로는 크고 작은 골목들이 수없이 가지를 치고 있는데 골목으로 작은 테이블을 내놓은 식당과 카페 등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5 렉터 궁전을 마주한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오전마다 빵이나 오일, 과일 등을 판매하는 작은 규모의 시장이 선다.

두브로브니크의 성벽을 걷다

구시가를 어느 정도 돌아봤다면 이제 시야를 넓혀 보자. 두브로브니크에 간다면 성벽투어를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한다. 아드리아해의 푸른 바다와 붉은 기와 지붕이 빚어내는 하모니는 다른 곳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두브로브니크만의 감동이다. 이곳 물가로는 만만치 않은 70쿠나(약 10유로)의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전혀 아깝지 않은 필수 코스다. 외부인의 침략을 막기 위해 세워진 성벽이 이제 세계의 여행객을 불러 모으는 아이콘이 된 셈이다.

그저 아름다운 풍경만이 전부가 아니다. 성벽을 걷다 보면 중세와 공존하며 살아 숨쉬는 도시의 냄새를 더욱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이제 막 창문 밖으로 내건 젖은 빨래가 손에 잡힐 듯하고 초로의 노인은 볕 좋은 테라스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다.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성벽투어는 잠시나마 두브로브니크 사람들의 일상을 한 발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해안을 따라 세워진 성벽길은 가파르거나 힘들지 않으며 성벽 위에는 파라솔을 펼쳐놓고 음료수를 파는 매점도 있다.

건축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구시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두브로브니크는 그 자체가 살아있는 건축 박물관이기도 하다. 언뜻 보면 그냥 오래된 건물들의 연속 같지만 1667년 일어난 대지진에 도시의 건물 상당수가 무너지고 재건축을 하는 과정에서 거리는 로마네스크와 고딕, 베니스 바로크 등 시대별 건축 스타일이 혼재된 독특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돔 모양의 지붕이 인상적인 두브로브니크 대성당만 해도 971년 지어져 14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새롭게 재건된 후 화재로 없어지고 다시 베니스 바로크 스타일의 성당으로 거듭난 경우다. 성벽투어를 하면 두브로브니크의 골목골목과 속살을 새로운 각도에서 만날 수 있다.

1 성벽에서 내려다본 플라차 대로의 모습. 멀리 시계탑과 그 너머 아드리아해가 보인다 2 성벽투어를 하면 이제 막 창문 밖으로 내건 빨래와 농구하는 아이들 등 두브로브니크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더욱 가까이서 볼 수 있다 3 성벽이라고는 하지만 길이 넓어서 일부 해안가에는 파라솔 아래에서 맥주 한 잔 마실 수 있는 간이 매점도 운영된다 4 플라차 대로의 시작인 오노프리오 분수

Plitvice 플리트비체
크로아티아에서 만난 동화나라


197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플리트비체 호수Plitvice Lakes는 두브로브니크와 함께 가장 많은 관광객을 모으는 크로아티아의 명소다.
크로아티아어로 ‘얕은 호수’란 뜻의 플리트비체에는 16개 청록색 호수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가장 깊은 호수는 수심이 25m에 이른다. 지금까지가 발로 걸으면 귀로 듣는 여행이라면 플리트비체는 발로 걷고 눈으로 보는 여행이다. 트레킹 하듯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카르스트 지형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이 툭툭 펼쳐진다.

크로아티아에 있는 8개의 국립공원 중 규모나 풍광 면에서 단연 으뜸인 플리트비체는 미네랄 성분을 많이 함유한 물이 오랜 시간 석회암 바위를 깎고 구멍을 내고 때로는 쌓인 침전물이 댐을 만들며 지금의 멋진 모습을 만들어 냈다. 플리트비체를 감상하는 법은 간단하다. 공원 안에 들어서면 중앙에 있는 코즈야크 호수를 건널 때 타는 배를 빼고는 걸어서 관광을 해야 한다. 관광객들은 호수에서 나오는 송어로 점심을 즐기고 난이도와 소요 시간 등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트레킹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코스는 1시간부터 4시간 이상까지 다양하다.

물이 주가 되는 여행이다 보니 날씨도 중요하다. 16개 호수는 그날그날의 날씨와 해가 비치는 정도에 따라 몇 번씩 그 빛깔과 분위기를 달리한다. 전체적인 느낌과 분위기는 중국의 구채구와도 비슷하다. 공원에는 호수와 폭포 외에도 우거진 숲이 잘 보전돼 있다.

Split 스플리트
현대와 고대 로마의 행복한 조화


인구 20만명의 도시 스플리트Split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Zagreb에 이어 2번째로 큰 도시이자 해상 교통의 요지다. 공항은 물론 항만 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두브로브니크와도 멀지 않다. 때문에 크로아티아의 양대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두브로브니크나 플리트비체를 여행하는 이들은 대부분 이곳을 거쳐 다음 행선지로 길을 떠난다. 최근 새로 생긴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두브로브니크까지 3시간에 연결되나 관광객들은 누구나 4시간 가량 소요되는 해안도로를 달리기 마련이다.

스플리트 역시 구시가와 신시가로 나뉘는데 구시가에서는 해안가의 아바라Obala 산책로가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대리석이 눈부신 해안가 산책로와 야자수, 노천카페는 여유로운 휴양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스플리트가 유명한 이유는 단지 화창한 날씨와 노천카페 때문만은 아니다. 스플리트의 현대적인 모습 한 편에는 고대 로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로마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정계에서 은퇴한 후 말년을 보낸 궁전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현존하는 로마유적 중 가장 훌륭한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디오클레티아누스의 황궁은 지금도 스플리트 사람들의 생활 곳곳에 녹아 있다. 스플리트의 유명한 노천카페촌도 로마시대부터 이어진 궁전의 성벽을 등지고 이어지며 궁 안에는 각종 기념품 상점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스플리트에서 역사는 간직하고 바라만 봐야 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닌 현실 세계에 내려와 있다.

궁전의 북문을 나서면 10세기 크로아티아의 주교 그레고리우스 닌의 동상이 있는데 동상의 왼발 엄지발가락을 만지며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전설 탓에 그의 엄지발가락은 잠시도 사람들의 손이 떠날 날이 없다.

1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내부 2 지금 운영되는 노천카페도 황궁의 벽을 이용해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3, 4 그레고리우스 닌의 동상과 왼발 엄지 발가락.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다 5 기념품과 가게 등이 운영되고 있는 궁전 내부 풍경 6 스플리트에 궁전을 세우고 정계 은퇴 후 말년을 보낸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조각상

Montenegro 몬테네그로
1 산과 바다에 둘러쌓인 삼각형 모양의 올드타운을 감싸고 있는 성벽은 코토르를 중세의 모습 그대로 간직하게 만들었다 2 코토르 관광안내지도를 보면 코토르의 구시가가 삼각형 모양에서 더욱 확장되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다 3 코토르의 중세 성곽길을 올라가면 피오르드 해안과 마주하는 올드타운의 전경을 볼 수 있다

Kotor 코토르
숨겨 두고픈 보석같은 여행지


산을 뜻하는 Monte와 검다는 Negro가 더해진 국가명에서 알 수 있듯 몬테네그로Montenegro에는 검은 산이 많다. 때문에 수도 포드고리차Podgorica 공항에 내리면 대번에 이국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충청도보다 작은 나라지만 국토의 남부는 바다와 접한 만으로 이뤄져 있고 중부는 고원, 북부는 산악 지대로 이뤄져 있다. 몬테네그로에서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를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코토르Kotor가 수위에 꼽힐 것이다.

코토로는 도시 앞마당까지 아드리아해가 쑤욱하고 들어와 있고 뒤로는 로브첸산이 버티고 서 있는 입지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 코토르의 올드타운은 견고하게 세워진 중세시대의 성벽이 도시를 완벽하게 감싸고 있다. 높은 성벽에 올라서면 호수처럼 잔잔한 아드리아해와 이 검푸른 바다가 연출하는 피오르드 해안의 절경이 펼쳐진다. 또한 바다와 산 사이에 삼각형 모양으로 자리한 석조 건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영화 속으로 시간 이동을 한 듯하다.

내륙 깊숙히 파고든 피오르드 해안과 12세기에 건설된 전형적인 중세도시의 모습에 반한 유네스코는 코토르를 세계자연유산과 세계문화유산에 모두 등록하기도 했다. 코토르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는 올드 타운이 자리한 위치를 보면 알 수 있다. 삼각형 모양의 구시가 면적은 산과 바다에 막혀 2000년 가량 확장이 불가능했고 4.5km 길이의 성곽은 구시가 전체를 빈틈없이 막아서고 있다. 코토르가 현지어로 ‘조이다’, ‘타이트하다’라는 뜻이라는 설명이 바로 이해가 된다.

배산임수 최고의 명당을 차지하다

비록 중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지금도 2,000여 명이 살고 있는 올드타운 안에는 크고 작은 광장 20여 개가 있으며 골목골목 유서 깊은 성당과 건물, 노천카페 등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올드타운은 총 3개의 문이 있는데 주로 바다의 문이라고 하는 서문을 통해 입장하며 성문 입구에는 관광안내소가 있어 코토르 안내지도 등을 배포하므로 참고하면 좋다.

코토르의 올드 타운을 즐기는 방법은 성 트뤼폰 성당처럼 역사적 의미를 지닌 오래된 건축물과 광장을 거닐며 중세의 향기를 느끼는 것과 성벽을 따라 올라가 피오르드 해안과 올드타운을 조망하는 법 등 크게 2가지가 대표적이다. 구시가의 메인 광장이라고 할 수 있는 트뤼푸나 광장에 위치한 성 트뤼폰 성당에는 809년 이스탄불에서 모셔 온 코토르의 수호성인 성 트뤼폰St.Triphon의 유해 일부가 모셔져 있다. 이 밖에 성 바로 입구에는 권총을 만드는 곳이 있어 권총 광장이라는 불리는 광장이 있는데 지진 때문에 약간 기울어진 모습이 이채로운 시계탑이 코토르의 상징과도 같이 서 있다. 성벽투어는 별도 요금은 없고 원하는 지점까지 올라가면 되는데 정상인 일리리안 요새Illyrian fort 까지 오르면 발칸의 피오르드라고 하는 아름다운 아드리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단언컨대 이 자그맣고 영화 같은 코토르에서 발칸반도의 여행을 시작했다면 훌쩍 올라간 여행의 눈높이 때문에 한동안 후유증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Slovenia 슬로베니아

1 포스토이나 동굴에 설치된 러시안 브릿지. 1차 세계대전 때 러시아 포로들이 설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포스토이나 동굴에서만 발견되는 희귀한 생명체인 인어. 시력은 퇴화됐지만 100세 정도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3 동굴 내부는 기차를 타고 들어가는데 체감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출구에서는 놀이동산처럼 탑승객들의 표정이 담긴 사진을 인화해 판매한다

Postojna 포스토이나
시간과 물이 만든 자연의 예술품


크로아티아의 산과 바다에 익숙해진 눈은 슬로베니아 포스토이나Postojna 동굴을 찾아 가면서 다시 생소해진다. 국경을 넘어가면 바다는 사라지고 초원과 목장이 나오고 크고 작은 도심도 지날 수 있다. 슬로베니아는 국토의 40%가 석회암이고 1만여 개의 동굴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토이나는 그중 가장 긴 20km 길이의 전형적인 석회암 동굴로 5.2km 구간만 일반에 공개돼 있다.

90만년 전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는 포스토이나 동굴은 협곡, 좁아지는 개울, 간헐성 호수와 돌리네 등 독특한 자연 형상을 두루 갖추고 있다.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석기를 분석해 보면 5만년 전 선사시대 인류가 사냥을 위해 동굴에 찾아온 흔적도 발견할 수 있고 1213년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남긴 싸인이 발견되기도 했다.

1818년부터 관광을 시작해 지금까지 3,400만명이 방문했으며 지금도 매년 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있는 포스토이나 동굴 여행의 특징은 기차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한번에 750명 가량이 기차를 타고 동굴 속으로 이동하는데 처음 기차를 타면 예상 외로 빠른 속도에 놀라게 된다. 놀이동산의 놀이기구처럼 빠르고 영화 <인디애나 존스>에 나올 법한 주변 경관은 동굴 탐사의 긴장을 높여 주기도 한다.

기차에서 내리면 영어, 독어, 이탈리아어 등 대기하고 있던 언어별 가이드가 안내를 시작하고 1차 세계대전 때 러시아인 포로들이 만든 러시안 브릿지Russian Bridge를 건너 뷰티플 케이브Beautiful Cave 등 시간과 물이 빚은 지하 세계를 관람하게 된다. 돌아 나오는 기차역 바로 옆의 콘서트홀은 높이가 약 40m에 달하며 만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데 울림이 거의 6초 가량 지속되며 음악회 등이 열리기도 한다.

포스토이나 동굴의 또 다른 스타는 인어Human Fish다. 앞을 보지 못하고 외부 아가미를 통해 호흡하는 연분홍색의 인어는 완벽한 카르스트 지형에서만 발견되는 매우 희귀한 동물로 겉 모양은 도룡룡을 닮았으며 약 100세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동굴에서는 수족관에 인어 일부를 전시해 두고 있다. 동굴 여행은 대략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동굴 내 사진 촬영 금지 표시가 있지만 플래시만 터트리지 않으면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또한 장애인도 볼 수 있도록 동굴 안에 계단을 설치하지 않았다.

1 뉴욕에서 수학여행을 왔다는 활달한 고등학생들이 친구들과의 기념 촬영 재미에 빠져 있다. 학생들 뒤로 블레드성과 알프스 산맥이 보인다 2 블레드성에서 내려다본 블레드 호수와 블레드섬. 블레드섬은 슬로베니아의 유일한 섬이기도 하다 3 블레드섬에 가기 위해서는 배를 이용해야 하는데 지역 주민만이 운영할 수 있는 곤도라를 타거나 배를 빌려 스스로 노를 저어야 한다 4 블레드섬에 있는 성모승천교회의 내부. 종을 울리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으며 교회에 들어갈 때 입장료를 받는다

Bled 블레드
상상 속 왕자님이 걸어나올 것 같은 예감


슬로베니아는 ‘성곽의 나라land of castles’이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중세의 성들이 잘 보존된 나라이기도 하다. 이 중 블레드Bled는 호수와 호수 위의 작은 섬, 중세의 성이 어우러진 슬로베니아 최고의 휴양지 중 하나다. 블레드는 디즈니 만화의 남녀 주인공이 고난을 헤치고 결혼에 골인해 행복하게 살고 있을 법한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다.

블레드에는 블레드 호수가 있고 블레드 호수 가운데에는 블레드섬이 있다. 그리고 블레드 호숫가 절벽에는 블레드성이 마을 전체는 물론 멀리 줄리안 알프스의 눈덮인 봉우리를 한눈에 보고 있다. 애써 꾸미지 않아도 엽서가 되는 이 모든 광경을 마주하면 우리네가 유럽의 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환상을 두루 체험할 수 있다.

호수와 맞닿은 100m 이상의 가파른 절벽 위에 서 있는 블레드성은 입구에 놓인 해자를 비롯해 망루와 테라스 등 머리 속에서 상상해 온 멋진성이 갖춰야 할 모든 조건을 두루 만족시킨다. 성 안에는 기념품 점과 카페, 박물관 등이 운영 중이며 작은 예배당도 있다. 하지만 블레드성의 압권은 누가 뭐래도 그림 같은 전망이다. 성에서 바라보는 블레드 호수와 섬의 풍경은 아무리 아마추어가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림엽서가 된다. 입장료는 성인 7유로.

빙하로 생긴 블레드 호수는 둘레가 6km 정도의 아담한 크기로 주변을 산책하며 엽서 같은 풍광을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블레드섬은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배를 빌려 직접 노를 젓거나 뱃사공을 고용해 그의 곤도라에 몸을 실어야 한다. 섬 안에는 작은 성모승천교회Church of the Assumption가 있는데 소원을 빌면서 종탑의 종을 울리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고 누구나 종을 울릴 수 있다. 단, 교회 입장료는 3유로.
블레드 지역은 아름다운 경관을 보는 것 외에 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골프를 즐기려는 관광객이 많으며 유명세만큼이나 성수기에는 바가지도 만만치 않다.

Travel to Balkans

▶발칸으로 가는 길
크로아티아나 슬로베니아 등 발칸 지역 국가들과 한국을 연결하는 직항편은 없다. 경유를 한 번은 해야 하는데 이번 여행은 터키항공을 이용했다. 터키항공은 지난 3월 말부터 인천과 이스탄불을 주 7회 연결하고 있으며 이스탄불에서 발칸 지역 국가들과의 연결이 좋다. 몬테네그로의 포드고리차와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 등에 취항 중이다. 이 밖에 아테네, 카이로, 로마, 텔아비브, 바쿠(아제르바이잔), 바르셀로나, 소피아 등도 터키항공의 환승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참고로 터키항공은 기내에서 음료를 서비스할 때 땅콩이 아닌 헤이즐넛을 주는데 그 맛이 참 고소하다.
02-3789-7054~6

▶발칸을 이해하는 역사의 문
멀리 발칸까지 발걸음을 한 만큼 아드리아해의 아름다운 바다와 중세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만을 간직하고 돌아오기에는 조금 아쉽다. 발칸의 역사를 조금만 알아두고 가도 한결 풍성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오랜 내전의 상처를 켜켜이 간직하고 있는 발칸의 역사는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칸 지역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웃한 나라들이 어떻게 지금처럼 여러 종교와 문화로 나뉘게 됐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발칸은 로마가 동로마와 서로마로 나뉠 때 그 중심에 있었다. 로마가 동-서 로마로 분리될 때의 분기점이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세르비아가 있는 발칸반도였으며 이후 자연스레 이들 지역은 종교적으로 복잡한 접경이 됐다. 이후 합스부르크 제국과 오스만투르크의 대결에서도 발칸 지역은 그 중심에 서게 된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나폴레옹 등 이민족의 잦은 침략과 지배도 발칸을 흔들었다.
근대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독일의 점령과 60여 만명에 달하는 세르비아인과 유태인의 학살은 티토를 중심으로 빨치산 투쟁을 불러왔고 2차대전 후 티토를 대통령으로 하는 유고슬라비아연방공화국이라는 공산국가로 이어지게 된다. 티토가 생존해 있을 때는 그나마 안정적이었던 유고슬라비아는 1980년 그의 죽음과 함께 구심점을 잃기 시작해 1991년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가, 1992년에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연방을 탈퇴하며 붕괴되고 만다. 이때 크로아티아가 1991년 유고연방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면서 시작된 크로아티아와 유고연방군의 전쟁은 1995년까지 계속되며 이 지역에 많은 희생자를 불러왔다. 이후 몬테네그로가 2006년에는 국민투표를 통해 세르비아에서 독립했으며 지금은 세르비아 내의 코소보가 독립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1991년 유고슬라비아가 순식간에 붕괴한 배경에는 종교도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로마가 분리될 때 서로마제국에 속한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는 가톨릭 문화권에 속하지만 동로마제국에 속한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은 정교 문화권으로 구분된다.

▶발칸반도란
발칸 반도는 불가리아 중부에서 세르비아 동부에 걸친 발칸 산맥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발칸은 ‘산’을 뜻하는 터키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발칸 반도를 두부 자르듯 정확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발칸 국가의 범위에 대해서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불가리아 등이 포함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루마니아나 그리스, 터키 일부 등이 포함되는지를 놓고는 의견이 다양하다.

▶발칸 여행 기본 정보
숙소 크로아티아의 경우 전쟁이 끝난 직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호텔 사정이 매우 열악했다. 4스타 호텔의 투숙객조차 악취나 빈데와 같은 벌레 물림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였으나 현재는 대부분 해소됐다고 봐도 된다. 관광이 주요 산업인 만큼 호텔을 비롯해 아파트먼트라고 부르는 임대형 숙소 등도 상당히 잘 발달돼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예약도 가능하다.
환율 아직 EU에 가입하지 못한 크로아티아는 유로가 아닌 쿠나kuna를 사용한다. 1쿠나는 한화 약 210원이며 1쿠나는 100리파lipa와 같다. 슬로베니아와 몬테네그로에서는 유로를 사용한다.
기후 5월부터 준성수기가 시작되고 7월과 8월이 최고 성수기다. 이탈리아와 독일, 러시아 등 많은 유럽 관광객들이 찾아오며 날씨도 매우 덥다.
유용한 사이트 www.croatia.hr┃크로아티아 정부 관광국 공식 홈페이지로 기본적인 여행 정보를 구할 수 있다.
www.adriatica.net┃숙소 정보가 잘 정리돼 있고 예약도 가능하다.
www.hr┃크로아티아에 관한 다양한 여행정보가 링크돼 있다.